결말과 주요 반전은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성원의 장백지를 따라 찾아본 영화
《무극》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장백지 때문이었습니다.
《성원》을 보고 장백지를 좋아하게 된 뒤, 다른 출연작들도 찾아봤습니다. 그렇게 알게 된 영화 가운데 하나가 《무극》이었습니다. 그런데 출연진을 보니 장동건 배우까지 나오더군요. 좋아하는 홍콩 배우를 찾아보다가 익숙한 한국 배우까지 만나니 더 궁금해졌습니다.
사정봉도 있었습니다. 당시 제게는 잘생긴 배우로 이미 익숙한 얼굴이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무극》은 이야기 자체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배우들을 보는 재미로 감상했던 영화 같습니다.
《성원》을 보고 장백지의 팬이 됐던 이야기는 이전 감상 글에 담았습니다.
익숙한 배우들이 낯선 세계에 모였다
《무극》은 첸카이거 감독의 판타지 로맨스 영화입니다. 2005년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2006년에 개봉했습니다.
장동건은 노예 쿤룬을, 장백지는 칭청을 연기합니다. 여기에 사정봉이 연기한 우환과 사나다 히로유키가 연기한 장군 광밍이 등장하며 인물들의 관계가 얽힙니다.

흰 옷을 입고 깃털을 바라보는 사정봉의 모습은 장동건의 쿤룬과도 분위기가 다릅니다. 당시 잘생긴 배우로 기억하던 얼굴을 이런 차림으로 보는 것도 배우들을 따라 영화를 감상하는 재미였습니다.
실제 역사를 따라가는 영화는 아닙니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인물과 운명을 둘러싼 설정이 등장하는, 신화에 가까운 세계입니다. 누군가를 구한 행동과 그 행동을 한 사람에 대한 오해가 겹치면서 사랑과 진심도 엇갈립니다.

분홍빛 의상과 장신구를 갖춘 장백지의 스틸은 《성원》에서 좋아했던 맑고 수수한 인상과는 다르게 다가옵니다. 익숙한 얼굴인데도 의상과 분장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는 모습이 눈길을 끕니다.
《성원》에서 좋아했던 장백지를 이런 세계에서 보는 것은 또 다른 재미였습니다. 같은 배우를 따라 영화를 찾아봐도 작품의 분위기는 이렇게 달라지는구나 싶었습니다. 그 안에서 장동건과 사정봉을 함께 보는 것만으로도 당시에는 충분히 관심이 갔습니다.
함께 실은 포스터에서도 푸른 배경과 장백지의 깃털 의상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성원》에서 기억하던 모습과는 다른 환상적인 분위기라, 배우를 따라 찾아본 영화의 차이가 시각적으로도 느껴집니다.
중국어로 연기한 장동건이 반가웠다

스틸 속 긴 머리와 붉은 옷은 제가 익숙하게 기억하던 장동건의 모습과는 또 다릅니다. 그래도 얼굴을 보는 순간 반가움이 먼저 듭니다. 낯선 판타지 세계 속에서도 아는 배우를 만나면 시선이 가듯, 영화를 볼 때는 그가 중국어 대사를 어떻게 소화하는지도 더 귀 기울여 듣게 됐습니다.
저는 중국에 있을 때 현지 작품에 한국 배우가 나오면 잠깐이라도 보곤 했습니다. 낯선 방송에서 아는 얼굴이 나오니 반가웠습니다.
그러다 보면 얼굴은 익숙한데 목소리는 제가 아는 목소리가 아닌 경우도 있었습니다. 제 눈에는 한국어로 말하는 듯한 입모양에 중국어 더빙이 얹힌 것으로 느껴지는 장면을 본 기억도 있습니다. 물론 그 작품들의 제작 과정을 직접 확인했던 것은 아닙니다.
《무극》의 장동건은 중국어로 대사를 말하는 듯한 입모양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후시 녹음처럼 느껴졌지만, 중국어로 연기하려고 준비한 흔적이 보인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에 당시 자료를 찾아보니, 장동건이 자신의 배역을 직접 중국어로 후시 녹음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촬영할 때의 목소리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과는 다르지만, 다른 사람이 대신 중국어 목소리를 입힌 경우와도 구분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다른 언어로 대사를 익히고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겁니다. 중국어를 공부했던 입장에서는 그 노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영화에 대한 호불호와 별개로, 익숙한 배우가 중국어로 연기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반가웠습니다.
다시 보니 조금 쑥스러워지는 장면도 있었다
최근에 《무극》을 다시 봤습니다.
오래전 영화이고 판타지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라는 점을 생각하며 봤지만, 지금의 제 취향에는 조금 오그라드는 표현도 있었습니다. 인물들이 감정을 드러내는 방식이나 이야기가 전개되는 흐름에 쉽게 따라가지 못하는 순간이 있더군요.
제게 익숙한 한국 영화의 감정선과는 다른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 차이를 새롭게 느끼며 볼 수도 있겠지만, 저는 모든 장면에 자연스럽게 몰입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다시 본 시간이 싫었던 것은 아닙니다.
장동건, 장백지, 사정봉의 얼굴을 보니 그 시절 영화를 찾아보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지금은 조금 쑥스럽게 느껴지는 장면을 보면서도, 예전에는 이런 배우들을 보는 재미로 즐겼다는 사실이 생각났습니다.
이번 재감상에서는 줄거리를 따라가는 것만큼 배우들이 반가웠습니다. 영화를 다시 본다기보다 오래전 좋아했던 얼굴들을 다시 만나는 기분도 있었습니다.
이야기 속 중국어: 죽지 말고, 잘 살아
이번에 고른 대사는 짧습니다.
번체자
不要死,要好好活著。
간체자
不要死,要好好活着。
병음
Bú yào sǐ, yào hǎohāo huózhe.
해석
죽지 마. 잘 살아야 해.
不要는 여기서 ‘~하지 마’, 好好는 ‘잘, 제대로’, 活着는 ‘살아 있다’라는 뜻입니다. 한국어로는 “죽지 말고, 잘 살아”라고 이어서 옮겨도 자연스럽겠습니다.
제가 이 문장을 고른 것은 《무극》의 오해와 진심이 함께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눈앞에 보이는 사람과 그 사람이 했다고 믿는 행동이 꼭 일치하지 않습니다. 누가 어떤 마음으로 건넨 말인지가 중요해지는데, 그 마음이 상대에게 그대로 전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 이야기 속에서 “죽지 말고 잘 살아”라는 말은 단순해서 더 남았습니다. 화려한 설명이나 약속보다, 우선 상대가 살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먼저 들리는 문장이었습니다.
제게는 이 말이 영화 속 진심을 생각하게 하는 한마디였습니다. 이야기를 전부 이해하거나 모든 설정에 공감하지 않아도, 짧은 말 하나는 따로 기억에 남을 수 있겠지요.
편집 확인 메모: 중국어 문구는 개봉 당시 장면 소개에서 확인했습니다. 공개된 비공식 영문 자막에서도 대응하는 뜻을 확인했으나, 중국어 원음이나 원본 중국어 자막과의 직접 대조는 완료하지 못했습니다. 일부 자료에는 문구 차이가 있어 발행 전 최종 확인이 필요합니다. 병음은 위 중국어 문장의 보통화 읽기이며, 영화 음성을 그대로 전사한 표기는 아닙니다.
중국어 공부보다는 배우와 추억으로 본 영화
중국어 듣기나 말하기 연습을 위해 《무극》을 먼저 추천하기는 어렵겠습니다.
제가 이번에 다시 보면서 느낀 재미도 중국어에 집중해 반복해서 듣는 쪽보다는, 익숙한 배우들과 오래전의 기억을 만나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판타지 설정과 감정 표현에 적응하며 봐야 하는 부분도 있어서, 편하게 대화를 듣고 따라 말할 작품을 찾는 분께 제가 먼저 권할 영화는 아닙니다.
다만 장백지나 장동건, 사정봉을 좋아했던 분이라면 그 시절 모습을 다시 보는 재미는 있을 것 같습니다. 너무 큰 기대를 하기보다, 배우들이 한 작품에 모인 모습을 즐기며 한 번 감상하는 정도로 생각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제게 《무극》은 《성원》의 장백지를 따라가다 만난 영화였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보니 영화에 대한 감상은 조금 달라졌지만, 배우들을 반가워하는 마음은 남아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그것으로도 충분히 즐거웠습니다.



